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는 교사들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제도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교사의 눈으로 본 고교학점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고교학점제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 과목 선택권 확대, 현실은 선택의 제약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 학교 규모에 따른 격차: 큰 학교는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하지만, 소규모 학교는 필수 과목 이외의 선택권이 거의 없음.
- 교사 수 부족: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맡거나, 전공과 맞지 않는 과목을 맡는 경우 발생.
- 시간표 운영의 어려움: 학생들의 선택이 다양해지면서 시간표 충돌, 수업 공간 부족 문제가 생김.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환경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2. 교사의 업무 과중, 준비 부족한 현실
고교학점제는 교사의 역할을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습 코디네이터로 바꾸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이를 수행할 여건과 시간이 부족합니다.
- 진로 상담 업무 증가: 모든 학생과 개별 상담을 진행하며 과목 선택 지도.
- 수업 방식 변화: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준비 필요.
- 평가 방식의 변화: 단순 시험이 아닌, 과제, 출석, 참여도를 반영한 성취도 평가 준비.
특히 경력이 짧은 교사나 과중한 업무를 이미 수행 중인 교사는 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3. 평가 기준의 혼란, 신뢰성 부족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성취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절대평가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 교사별 평가 차이: 같은 과목, 같은 학년이어도 교사마다 평가 기준 상이.
- 학부모 민원 증가: 평가 방식에 대한 이의 제기, 신뢰 저하.
- 학생 간 형평성 문제: 어떤 학생은 쉽게 A등급을 받고, 어떤 학생은 B등급을 받는 문제.
절대평가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교사도 학생도 혼란을 겪게 됩니다.
4. 진로 설계와 학생의 준비 부족
고교학점제는 진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많은 학생들은 아직 진로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중학교에서의 진로 교육 부족: 고등학교 진학 시점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족.
- 학생 선택의 편향: 쉬운 과목, 친구 따라가는 선택 경향.
- 학부모의 간섭: 과목 선택에 대한 부모의 개입으로 자율성 저하.
이러한 상황에서 과목 선택은 진로 연계보다는 편리성과 안정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맺음말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변화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현장의 준비 부족, 제도적 지원 미비, 평가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현실적인 지원과 충분한 준비 시간, 유연한 정책 적용이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진정한 학생 중심 교육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